[연구자공제회 취지문]
‘연구자 공제회’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존경하는 연구자 여러분,
2021년, 1,7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연구자 권리선언’을 발표하며, 연구의 공공성과 연구자 생존의 위기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이 흘렀지만, 연구자의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불안정한 생계, 연구 간 단절, 연구자 간 관계의 고립은 여전합니다. 연구자 관련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모두 폐기되었습니다. 법제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지만, 그것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안전망, 바로 ‘연구자 공제회’가 필요합니다.
공제회는 상호부조와 자율성에 기반한 조직입니다. 이미 방송작가, 봉제노동자, 대리기사 등 취약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제회를 만들어 존엄과 안전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연구자들도 이 흐름에서 배워,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분야, 지역, 신분, 세대가 다르지만, 공제회는 ‘연구자’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다양한 연구자들이 묶이는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며, 서로를 지지하고 연결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공제회는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을 제공합니다. ‘풀빵 노동공제연합’과 연계하여 풀빵이 제공하는 기본 혜택 외에, 논문 게재료, 학술대회 참가비, 의료비와 심리상담, 생애주기별 안정화 자금 등 연구자의 필요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가칭) 연구자 욕구대회’를 통해 연구자들의 삶의 필요를 확인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구체적 지원책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공제회는 연구자의 연대를 강화하여 향후 연구자의 복지와 권리 증진을 위한 제도화 노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연구자의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기존 연구자 조직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교육과 연구에서 공공성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한다”는 연구자 권리선언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지식이 공공의 빛이 되고, 우리의 연대가 서로의 그늘이 되는 곳, 연구자 공제회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2025년 3월
연구자 공제회 설립 제안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