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공제회 창립 선언문

 

오늘 우리는 불안정한 연구자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연구자공제회의 창립을 선언한다.

 

지식과 학문은 사회의 공공선이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힘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학문생태계는 시장 논리와 경쟁의 압력에 갇혀, 다수의 연구자들이 불안정과 고립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정규직 교수와 소수의 연구자만이 안정된 조건을 누리는 동안, 다수의 대학원생·강사·비정규 연구자들은 연구비와 생활비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이어갈 기반을 잃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각자도생’의 길을 걷지 않겠다. 연구자공제회는 연대와 상호부조의 원칙 위에서, 우리 스스로의 안전망을 세우고, 학문과 연구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공동체적 실천을 시작하고자 한다. 의료·생활·연구비 지원은 물론, 지식 공유와 공동 연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우리는 연구자가 존엄한 삶을 영위하며 학문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연구자공제회는 단순한 복지 제도를 넘어, 서로 돌보고 함께 배우며, 연구자의 커먼즈를 재구성하는 실천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다수의 연구자들이 동등한 주체로 참여하고, 지식생태계의 위기를 넘어설 새로운 연대 질서를 세워 나갈 것이다.

 

연구자공제회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의 작은 결집이 내일의 커다란 변화를 열어가길 희망한다. 동료 연구자, 학생, 시민 모두가 이 길에 함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