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우리는 이야기를 할 때 당연히 단어를 사용한다. 색다른 이야기를 하려면 때론 색다른 단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평소 잘 쓰지 않는 단어를 굳이 사용한다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여느 때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자갈을 연못에 던지면 자갈의 형태와 무게에 따라 파문이 달라지듯 단어는 일종의 지향성intentionality을 지닌다. 낯선 단어를 경유해야 하면 이야기는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된다.
낯선 단어를 사용해 자신에 대해 말해보기. 이러한 시도의 단서는 퀄티드 포임quilted poem이라는 시작詩作 워크숍에서 얻었다. 참여자들이 각자 지참한 책을 들추며 흥미로운 단어들을 고르고 그것들을 조합해 시를 짓는 방식이었다. 나는 미리 단어들을 준비해보았다. 함축성과 운동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두 음절짜리 추상명사들로.
“외부 비밀 영감 수동 결심 약속 체념 놀람 무력 불화 예감 심연 도약 감전 충전 연루 공명 감수 감응 곡절 사연 실험 시선 세계 여성 남성 기록 멸종 생태 언어 물음 이름”
참가자들은 이 중에서 일곱 개 정도씩 단어를 골랐으며, 그 중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고른 단어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열 가지 질문들 중 세 가지에 답할 때 활용하기로 했다. “당신 자신에 대해 깊은 인식을 갖게 한 경험은 무엇인가요? 그 인식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하루 동안 성별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당신이 십대 후반의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등.
자신이 고른 단어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어디로 데려갈까. 여럿이 고른 공통 단어는 발언자에 따라 용법이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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