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과 연구자의 집이 공동주관한 교원 토의·토론 프로그램 수업 후기 3일차

활동소식

3일차

자신을 파고들려면 때로 자기 바깥 상황으로 진입해야 한다. 독서 행위가 전형적으로 그렇다. 책 속으로 들어가며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 타인이 써낸 책 내용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면, 그 책을 통한 자기 대화도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외부 상황에 대한 세심한 관찰은 자신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외부 상황에 자신을 집어넣고 이야기를 지어보기. 오늘의 도전 과제다. 이를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먼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림 묘사부터 자유연상까지 아무것이나 이 그림과 관계된 이야기를 요구한다. 대체로 처음에 꺼낼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한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여자에 대해 묘사해 보세요.”, “그림에서 빛과 어둠의 역할을 분석해 보세요.”,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를 상상해 보세요.”, “자신이 그림 속 바에 앉아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떠올려 보세요.” 이제 할 이야기는 많아진다.

사실 이것은 어느 사진이건 적용해볼 수 있는 접근의 세 단계다. 첫 번째 단계는 배경과 인물에서 떨어져 외부인의 시각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사진 속 인물들의 관계나 사물의 배치, 배경의 특징 등에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사진을 실제 장소라 여기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사진 속 특정 인물에 동일시를 하거나, 마땅한 인물이 없다면 투명인간이 되어 사진 속 공간을 돌아다닌다. 사진의 테두리 바깥으로 나가본다. 그렇게 자신이 거기에 있다고 상상해 본다. 거기서 자신은 어떤 모습인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왜 그리하는가. 이런 식으로 사진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사진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걸어 나올까. 그 이야기가 풍성해지려면 사진 속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사진에서 되도록 많은 이야기꺼리를 발견해내야 한다.

호퍼의 그림을 통한 예행연습은 끝. 이제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찍은, 되도록 촬영 시점 전후로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 상황성 강한 열다섯 장 사진들 가운데 두 장을 골라 가상의 이야기를 지어내본다. 아울러 왜 하필이면 그 사진을 골랐는지도 밝힌다. 하지만, 그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들어가는 동안 자기 자신이 이미 얼마간 낯설어져 있으니까.

이상 3일차까지는 모두 패들렛을 활용했다. 수업 시작에 앞서 연구자의 집은 한 고등학교 교사분에게 부탁을 드려 강사들에게 패들렛 활용법을 지도해 주었다. 이상의 수업은 패들렛 없이는 구현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윤여일(제주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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