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과 연구자의 집이 공동주관한 교원 토의·토론 프로그램 수업 후기 4일차

활동소식

4일차 드디어 『진주』를 제대로 읽는다. 그리고 사람-책-라디오를 해본다. 이를 위해 『진주』의 작가 장혜령 님이 함께했다.

사실 이제껏 수업 텍스트인 『진주』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애초 『진주』는 우리 수업의 교과서가 아니었다. 우리가 여러 물음과 과제에 마주했을 때 보다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자기분석의 매개체였다. 4일차 수업은 수업 시작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자신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그 일주일 동안 수강자들은 『진주』를 읽은 것이다. 분명 독해는 저마다 자신이 투영되었을 것이다. 드디어 이 책을 두고 본격적으로 대화하고자 『진주』의 작가를 모셨다. 이제 나눌 이야기는 아주 많아졌다.

다만 대화를 할 때 매력적인 형식을 부과하면 대화가 더욱 풍 부해질 수 있다. 그래서 활용한 것이 ‘사람-책-라디오’다. 3년 전 장혜령 작가가 주재하는 사람-책-라디오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무척 흥미로워서 우리 수업에서 활용해 보기로 했다. 방식은 프로그램명에서 드러나듯 사람을 책으로 대해 그 책의 내용을 담아 라디오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면 대출기한이 정해져 있듯 사람-책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사람-책인 장혜령 작가와 1시간을 대화하기로 했으며, 그 동안 라디오 제작을 위한 소재를 되도록 많이 발견해야 한다. 둘째, 대출한 책을 훼손해선 안 되듯 사람-책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날카로운 질문은 사람-책으로부터 섬세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지만, 폭력적인 질문이어선 안 된다. 셋째, 같은 책이어도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지듯 사람-책이 들려준 이야기는 저마다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다.

1시간의 대화가 끝나고 이제 이를 바탕으로 사람-책 라디오를 만든다. 전체 참가자들은 두 조로 나뉘어 각 조 안에서 진행자 혹은 게스트 역할을 맡는다. 30분의 시간 동안 10분 정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궁리한다. 프로그램명도 정하고 진행자와 게스트의 캐릭터도 정해야 한다. 오프닝송을 넣을 수도 있다. 진행자와 게스트가 라디오상에서 10분 정도 대화를 이어가려면 전체적인 컨셉을 잡고 중간중간 마디가 될 만한 이야기 꼭지들을 짜둬야 한다.

하지만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 라디오는 말하는 측에게나 듣는 측에게나 이야기를 더욱 재밌게 펼쳐내고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형식일 뿐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준비한 대로만 진행되지 않으며, 우발적 상황이 생기며, 그래서 가치 있는 경험이 된다. 다만 참가자들에게는 사람-책의 발언을 전언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마치 3일차에서 사진 속으로 들어가 보았듯이 『진주』라는 책, 그리고 작가라는 사람-책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견해 건져 올리는 것이다.

사람-책인 장혜령 작가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두 조의 라디오는 당연히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두 편의 라디오가 끝난 후 사람-책이었던 작가를 비롯해 참가자들은 말하고 들은 경험을 공유했다. 많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발견과 확장, 감응과 전이의 기쁨이 담겨 있었다.

윤여일(제주대 학술연구교수)

34활동소식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