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인문도시 사업단 청소년 강좌 누구인가 강연후기 (표정훈 작가)

활동소식

성신여자대학교 인문도시사업단에서 마련한 ‘청소년강좌, 누구인가’에 작가로서 온라인으로 강의했다. 그러니까 ‘작가란 누구인가?’를 말하는 기회였다. 그동안 다양한 자리에서 많은 강의를 했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때는 늘 더욱 긴장된다. 강의 내용의 난이도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강의보다 뭔가 좀 더 유익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부담을 안고 준비하여 강의를 한 뒤 몇 가지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이브리드. 내가 강의로 참여한 ‘청소년강좌, 누구인가’ 프로그램은 주제와 내용 성격 등 측면에서 복합적, 융합적이다. 먼저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을 돕는다. 피상적인 진로 소개가 아니라, 특정 분야 현장에서 오래 활동하며 경험을 쌓고 성과를 내고 있는 전문가들과 비록 온라인이지만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청소년들이 전문가의 직접 목소리를 통해 해당 분야 직업, 직종을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는 사실 드물다. 그런 드문 기회가 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며, 강의를 한 나 자신도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그 다음으로 이 프로그램은 인문 강의 성격도 지닌다. 진로 탐색이라는 다분히 실용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에 묻어 있는 삶에 대한 성찰, 인문적 소양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 경우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글쓰기와 책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실용‧인문강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둘째, 퍼스널. 강의를 준비하면서 또 강의를 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전문가로서의 이력과 삶을 돌이켜보고 그것을 전달해야 했다. ‘작가’라는 하나의 직업에 대한 이런저런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훈이라는 작가’ 개인의 경험을 솔직하게 전달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다른 강의에서도 강의자 자신의 개인적 삶과 경험 측면을 어느 정도 드러내야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경우 그 ‘어느 정도’의 정도가 한층 더 깊었다. 이에 따라 좀 더 ‘개인적‧인격적’인 강의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나의 지식을 말한다기보다 나의 경험을 밝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수강자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강의자인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셋째, 인터렉티브. 거의 모든 강의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다. 강의자의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수강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강좌, 누구인가’는 그러한 상호 소통이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활발했다. 다양한 성격과 수준의 질문들이 실시간으로 내게 주어졌고, 나는 그것에 솔직하게 답하고자 애썼다.

내가 준비한 것을 말하는 시간보다 질의응답 시간이 오히려 더욱 밀도 있었고 또한 흥미로웠다. 강의를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수강자들의 질문을 통해 강의자가 배울 때가 많다. 질문을 통해 강의자가 자신의 생각을 한층 더 가다듬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청소년강좌, 누구인가’는 나에게 바로 그러한 기회가 되었다.

넷째, 브로드. ‘청소년강좌’라고는 하지만 참여자의 나이, 세대는 무척 다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까지 아우르는 광폭 참여자들이었다. 만일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강의였다는 나는 그러한 폭넓은 참여자들을 마주하고 무척 당황해했을 지도 모른다. 비대면 온라인이라는 특성이 그런 당황스런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주었다는 점은 뜻밖의 경험이기도 하였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다양한 관심들이 다양한 질문을 낳으며 강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강의자로 참여한 ‘청소년강좌 누구인가’는 위와 같이 하이브리드, 퍼스널, 인터렉티브, 브로드 등 네 가지 특징을 누렸으며 또한 느꼈다. 그런 특징을 고루 갖춘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표정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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