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의회,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지식공유 연구자의 집, 지식공유연대가 공동 주최한 지식공유 학술세미나 ‘학술운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방과 비제도권의 목소리’가 2021월 6일 4일 열렸습니다.
본 세미나는 2008년 초 성공회대 사회학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이후 2013년 연구협동조합으로 변모한 급진 민주주의 연구조합 ‘데모스’(Demos)에서 활동했던 장훈교 선생님과, 국문학·사회학·동서양철학·외국문학·문화연구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와 대학원생이 함께 공부하며 지식을 협력적으로 생산했던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했으며 자율적·독립적 연구자들이 모여 현실적 쟁점에 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삶형태를 모색하는 ‘서교인문사회연구실’에서 2017년부터 활동해온 정정훈 선생님이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학술운동을 되돌아보며 학술운동의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장훈교 선생님은 장래의 학술운동이 산업전환운동(industrial transition movements)의 성격을 가지는 인프라전환운동(movements for infrastructure transformation)의 하나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시민의 사회적 삶을 뒷받침하는 물질적·비물질적 기반시설, 즉 인프라가 없다면 시민의 자율적 삶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연구자 역시 연구의 자유를 보장하고 연구자로서의 삶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필요로 합니다. 이에 연구자가 인프라를 국가에게 요구하고 나아가 인프라를 연구자들의 공동의 것(the common), 즉 커먼즈(commons)로 전환하기 위한 인프라전환운동이 필요합니다.
정정훈 선생님은 사회체제의 변혁을 위한 지식인의 참여라는 성격을 가졌던 학술운동이 이제 불안정 노동자가 된 인문사회분야 연구자들의 경제적인 동시에 학문적인 자구적 실천으로 변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도권 밖의 학술운동은 경제적 기반, 학문적 교류의 기반을 스스로 조성하기 위해 제도를 활용하는 과제가, 그리고 제도권 내 연구자 위계의 최하층에 있는 강사와 대학원생은 대학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교수와 연대하여 제도를 전환하는 과제가 제기됩니다. 이 과제는 비판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경제적·학문적 교류의 기반을 구축하는 과제, 즉 ‘비판적 학문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훈교, 정정훈 선생님이 제기한 향후 학술운동의 과제는 연구자가 비판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렵게 된 현재의 학문 생태계에 대한 진단에 공히 입각해 있습니다. 연구자의 삶의 재생산을 포함한 사회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위기를 타개해나가기 위하여 어떠한 연구를 수행하고 어떠한 실천을 전개할 것인지가 연구자에게 과제로서 직접적으로 제기됩니다. 그리고 학술운동의 과제가 연구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이 2010년대 이전까지는 학계·교수로 한정된 운동이 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그 개념 자체가 비판이자 경계의 대상이었던 학술운동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세미나에 이어 연구자의집이 9월 3일(금) 진행한 ‘연구자 권리선언’ 토론회는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한국비정규직연구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등과 함께 한편으로는 연구자의 권리를 모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학술운동의 과제를 성찰하는 취지를 가지는 것으로서, 연구자들이 실천하는 오늘날의 학술운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의집은 이러한 학술운동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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