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커 중국세미나 1기 강연후기 (정규식 성공회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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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2일 ‘연구자의 집’에서 주관하는 R커 중국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여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이번 세미나는 중국 관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문학 등의 분야에서 최근 출간된 저서들을 중심으로 저역자의 특강을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기획되었다. 내가 맡은 주제는 애플의 아이폰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중국 내 거대기업 폭스콘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 및 저항, 그리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구조적 문제를 가장 생생하면서도 면밀하게 분석한 <아이폰을 위해 죽다>(나름북스, 2021)를 텍스트로 삼아 진행되었다. 강연의 핵심은 글로벌 생산과 유통 메커니즘의 대표적 상징인 ‘아이폰 생산체제’가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중국의 노동자들은 이에 어떻게 저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사회의 이면에 놓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정한 생활조건, 지방정부와 기업 및 직업학교가 결탁해 만들어낸 학생 인턴의 실상,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불평등한 수익구조와 노동 착취 메커니즘, 노동자들의 저항운동과 조직화 과정 등을 폭넓게 다뤄보고자 했다. 

사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주제로 많은 학회와 기관 등에서 강연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세미나가 좀 더 특별했던 것은 강연시간을 훌쩍 넘는 질의와 토론시간이었다. 대학교수, 활동가, 독립연구자, 대학원생, 언론출판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대략 20여 명의 참여자가 중국의 노동문제를 단순히 대상화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가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그야말로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그간 형식적인 질문 몇 개와 구색 맞추기 식의 토론으로 마무리되곤 하는 ‘일반적인’ 학술행사에 어느새 익숙해졌던 내게 모두가 참여자로 함께 구성해 나가는 이번 세미나의 참여 경험은 그래서 더욱 고맙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무엇보다 “연구는 파편화된 연구자가 홀로 이루는 성취가 아니라 세계와 타자들, 그리고 연구자들이 서로의 리듬을 발견하고 공통감각을 만드는 춤사위”라는 R커먼즈의 창립 선언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실천이 이 공간에서 계속 마주치고 생성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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