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구자의 집 회원 인터뷰6 (유정 운영위원)

활동소식

인터뷰일시 : 2023년 4월 12일(수) 오전 10:00 ~ 11:00

장소 : 줌 온라인

인터뷰이 : 유정 (연구자의 집 운영위원, 서경대 인성교양대학 전임교수)

진행 : 박서현 (연구자의 집 미디어팀,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연구자의 집과 연구자의 정체성

진행자 ‘지식공유 연구자의 집’(연집)은 “실천적 아카데미즘의 정신으로 신자유주의 지식생산체제를 넘어서는 대안적 지식커먼즈를 구축하고 연구자들의 복지와 권리 증진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19년 1월 26일 창립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연집의 창립에 참여하시고 연집의 상을 함께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연집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유정 사실 저는 술을 마시다 참여하게 됐습니다. (웃음) 어떤 장례식장에 갔는데 식장에서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여러 단체의 선생님들께서 함께 활동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 단체 중 한 곳이 연집이었습니다. 연집 이외에도 민교협과 진보평론, 지순협에서도 함께 활동하자고 말씀하셔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웃음) 물론 이렇게 활동하게 된 데에는 제 어렸을 적 경험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각자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을 함께 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제 어머니, 아버지도 그러셨고 두 분의 친구분들께서도 그러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위 단체들에 참여하여 활동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본업 이외의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참여 제안을 받아서 좋았고 또 연구자에 대해 새롭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연집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연집에 참여하면서 공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연구자라면 무엇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며 연구자로서 공유에 대해 어떻게 얘기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연집은 제게 이러한 고민을 하게 해준 단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선생님께서는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와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지순협)에서 활동하셨을 뿐만 아니라 이후 연집과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에서도 활동하셨는데요, 연집을 포함하여 민교협·지순협·교수노조는 모두 학술운동의 성격을 가지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교협과 교수노조, 지순협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선생님께서 위 단체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 활동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연집에서의 활동이 연구자를 새롭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선생님께서 연구자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신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유정 이 문제에 대해 저는 제가 연구자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와 관련하여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울에 있는 대학원의 박사과정 학생이었을 때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후 자원봉사 등을 위해 저는 서울과 대구를 자주 왕래하게 됐습니다. 왕래가 잦아지게 되면서 예컨대 서류를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여 서류를 정리하는 등 대구에서 꽤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인터뷰도 자주 하게 되고 재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연구 주제나 방향이 트라우마, 재난으로 전환됐고 결국 이 주제로 박사논문까지 쓰게 됐습니다. 이전까지 저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데이터가 중요했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떠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냐가 중요했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의 연구자의 정체성에서는 제가 하는 작업, 제가 쓰는 논문이 현장에서 얼마만큼의 가치와 필요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저의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 제가 졸업한 학교의 선생님들께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저는 밖에서만 나도는 학생, 학교에서 공부 안 하는 학생, 혹은 공부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학생처럼 여겨졌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선생님들에게 이해시키고 선생님들이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시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려면 2배, 3배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와 관련하여 연집은 연구자가 모여 연구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여 함께 하게 됐습니다. 

  민교협은 기존의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에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로 명칭을 바꾸면서 민교협2.0으로 재기하려 했습니다. 이런 면은 교수와 연구자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저는 민교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순협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글을 쓰는 활동을 하면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학교여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론적 연구를 잘 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현장의 일을 어떻게 이론화하며 또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일종의 매개자적 역할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순협에 오는 청년들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저처럼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는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었고 또 청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순협에 오는지 궁금하여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같은 연구자이자 선생이자 동료로서의 역할을 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수노조는 연구자로서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데요, 제게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합니다. 그런데 때로 노동자와 교수를 양립가능하지 않은 단어로 사용하는 말을 접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저는 제가 교수노조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라는 점, 교수도 노동자라는 점을 말씀드리고는 합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제가 노동자니까 노동조합으로서의 교수노조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저는 연구자가 노동자라는 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자로서의 연구자 혹은 연구자의 노동자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정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연구자가 모두 다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제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있어야 노동자와 비노동자를 구분하는 경우 저 스스로 잘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저는 학생도 가끔 만나는데, 제게 교수라는 직함은 연구에 대한 의무와 함께 학생과 만나는 의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잘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제가 이해하고 이에 맞춰가며 강의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요구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이 무엇인지를 전달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의 정체성이 있어야 교수로서의 역할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노동자와 연구자, 교수는 다르지 않습니다. 

연집의 학술운동

진행자 말씀 감사합니다. 지순협을 포함하여 민교협과 교수노조, 연집의 학술운동이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정 저도 이 질문을 원로 선생님들께 민교협과 교수노조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각각의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시는지 여쭤봅니다. 답변에는 꽤 차이가 있는데요 말씀하신 노동자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교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기관이고 민교협은 독립적 단체입니다. 우선적으로 이러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울러 민교협은 좀더 거시적 안목에서 세상의 어떤 담론을 형성하는 데 좀더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은가 싶고, 교수노조는 교수로서의 당장의 곤란이나 차별, 불합리한 대우를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에 법적으로 연계하여 대응하며 마찬가지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순협은 청년에게 가치 있는 교육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집단으로서 학술운동을 하는 곳이라기보다 향후 학술운동의 주축이 될 후속세대를 키워내는 곳이자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집은 민교협, 교수노조와 달리 좀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자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닌 이러한 단체들에 비하여 좀더 느슨한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느슨한 공간이라서 찾아오기 쉬우며 가보자고 말하기 쉬운 공간인데요. 특정한 정치적 성향이나 단체로서의 목적의식이 덜하다는 점이 연집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연진의 학술운동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시 질문을 드리게 될 것 같은데요, 창립 이후 연집은 ‘연구자 권리선언’ 초안을 마련한 다음 대학원생 노조,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민교협, 학단협 등과의 토론회를 거쳐 최종본을 확정하고 2021년 11월 연구자 권리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권리선언을 발표한 이후 연집은 연구자 복지법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2022년 12월 16일 개최된 연구자 권리선언 1주년 기념 학술대회 ‘연구자 권리선언과 연구자 복지법’에 토론자로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구자 복지법의 의미가 무엇이고 연구자 복지법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정 저는 연구자 권리선언 성안팀에 참여하여 선언문 중의 책무 부분을 담당했는데요. 연구자에게는 연구의 전 과정을 윤리적으로 수행하고, 연구자 서로를 학문 공동체의 동료로서 존중해야 하는 책무 등이 있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연구자에게 어떤 복지가 더 필요하고 연구노동의 가치는 무엇이며 연구자에 대한 차별이 철폐돼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셨습니다. 저는 권리선언이 연구자가 누구인지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의 책무를 포함하여 연구자가 누구인지를 다른 연구자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언어로, 그리고 이를 읽는 분들이 연구자란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문장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연구자가 누구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 복지법의 경우에는 ‘복지법’이라서 연구자가 어떤 혜택을 받아야 하는 약자인 것처럼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 모두가 권리도 있고 복지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이라면 연구자도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노동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연구자도 복지를 누리고 나아가 다른 누군가가 연구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연구자 권리선언과 복지법은 모두 필요합니다. 특히 제게는 연구자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린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진행자 이어지는 질문인데요. 연구자 권리선언 발표와 연구자 복지법 구상은 연집의 대표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자의 권리·복지에 초점을 맞춘 연집의 활동은 예컨대 1980년대 후반의 한국 학술운동과는 구분되는 오늘날의 학술운동의 성격을 보여주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전의 학술운동과 구분되는 연집 학술운동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정 차이가 있다고 저는 느끼는데요, 제가 연집을 대표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고 연집에 참여하면서 가지게 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제가 생각하는 연집에서의 저의 위치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잘 배우고 싶고 또 누구나 다 칭찬받고 싶고 일도 잘하고 싶은 것은 똑같겠지만, 이전에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과 이 선생님들의 선생님들만큼 제가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거나 세상에 보탬이 될 만한 사람이겠다는 생각은 잘 못하거든요. 대신 열심히 하는 것은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면에서 잘 가르쳐주겠다, 이만큼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것이 이전의 학술운동이지 않았을까하는 저의 오해(?)가 있고요 (웃음) 이런 오해와 비교해서 연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활동은 제가 이만큼 움직였으니, 아니면 저의 동인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의견을 모아서 이 모아진 의견을 발화하는 목소리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인데요. 이러한 점에서 저는 이전의 학술운동과 연집의 학술운동의 차이가 있다고 보고 제가 오해 없이 연집의 학술운동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며, 연집의 일이 마음에 들고 잘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트라우마의 회복과 관련한 국가의 책임과 공공성의 문제

진행자 선생님께서는 재난에 따른 심리적 트라우마의 회복 그리고 이러한 회복을 위한 지원 체계를 연구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러한 연구를 해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선생님의 학술적 연구·관심이 연집에서의 활동이나 민교협·교수노조·지순협에서의 활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유정 저는 서울과 대구를 3년간 왕복하면서 심신이 피로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와중에 제가 대구에서 한 경험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제 가 말하는 방식, 말투가 대구에서 만났던 생존자 같이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이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잘 전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이 경험을 학술적 용어로 다시금 번역하여 전달하는 법을 고민했고 한동안 좌절도 했지만 3년째가 되어서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대구에서는 당사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 서울에서는 심리학과나 철학과, 사회학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어떻게 번역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연구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다시금 당사자들에게 이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이 와중에 제 연구분야가 저에게 좀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라우마의 회복이라고 하면 나하고는 다소 멀리떨어진 것,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한 사람의 트라우마의 충격은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회복하기까지는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러하듯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요 저는 이 오랜 시간이 공동체의 회복력(community resilience, 커뮤니티 리질리언스)에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가 전체적으로 함께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때에만 개인의 트라우마도 회복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트라우마가 인정받아 국가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성립한다면 훨씬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난과 트라우마는 이전에는 개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트라우마를 야기한 사건이 재난으로 선별될 때 비로소 국가가 개인이나 집단의 트라우마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선별되지 않으면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같고요. 

저는 이러한 점이 연집의 모토하고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데요, 연구자가 가지는 사회적 책무 및 연집에서 강조하는 공공성과 관련하여 지금은 예컨대 대학의 공공성이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국가가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하며 모두 다 대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재난에 대하여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시각과 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참여관찰을 통해 연구주제를 발굴하는 것에 좀더 능숙한데요, 이와 관련하여 연집의 활동이나 지순협에서 청년들과 함께 하는 활동, 또 교수노조에서 새로운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각 지역대학에서 차별받고 있는 교수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은 제가 처음 대구에 내려가서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활동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집에서의 역할과 향후 학술적 실천의 과제 

진행자 연관될 질문일 것 같습니다. 연집에서 현재 실천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 이외에 추가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활동들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연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고 선생님께서 연집에서 어떤 활동을 하시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유정 저도 작용과 반작용이 있기 때문에 제게 궁금하신 정도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궁금한 게 많습니다. 제가 연집에서 크게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데요, 연집이 무엇을 하게 된다면 그 일에 제가 함께 할 것 같기는 합니다. 제가 가끔씩 하는 생각인데 제가 때로 말귀를 잘 알아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통이 잘 안 될 때 서로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이나 특히 새로운 사람, 학교가 다르거나 세대가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이상으로 제가 무엇을 더 하려는 생각이 지금 당장 들지는 않는데요, 이미 여러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고 추진하려는 일도 많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 무엇을 더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오히려 소모적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여기서 함께 잘 놀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제가 사무국에서 일을 하면서 R커먼즈합정 공간지기들의 모임인 반상회에 들어가게 됐는데요 이를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연집 운영위로 활동하는 선생님들 보다 더 젊고, 또 제 연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인데요, 다른 층위의 연집 멤버들을 알게 된 것에 지금 만족하고 있습니다. 

  연집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나 학계에서 담당해야 하는 역할과 관련해서는 제가 연집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와 비슷한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운영위에서 느끼지 못한 것을 반상회에서 느꼈다는 것이 그것인데요, 연구자 권리선언, 연구자 복지법 토론회에서도 연집 운영위원장이신 박배균 선생님이 비슷한 피드백을 주셨는데, 제가 발표하면 젊은 친구들이 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친구들을 끌어당기는 발표법이 있나봐라고 말씀하신 것인데요, 연집이 연구자 전체를 포괄할 수 있다는 포부가 있지만 다양한 세대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는 아직 좀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특정 세대에 좀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전공과 분야의 연구자와의 교류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점에서 좀더 젊은 연구자들이 연집에 올 때 거부감을 덜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생님이나 저나 대학에 있는 사람들이고 학교에서 공부해온 것이 드러나는 측면이 있는데요. 직함 등에서도 드러나고요, 저는 좀더 욕심을 부리자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 당연한 부분이 있지만 연집에 올 때 연집이 덜 부담스럽고 덜 긴장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연집이 학계에서 무엇을 담당해야 하는가와 같은 연집의 역할은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말씀 감사합니다.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났는데요. 마지막 질문이 될 듯합니다. 선생님께서 향후 학문적 과제를 포함하여 학문적 실천의 과제로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정 저는 먼저 학술적 실천을 하기 위해서 좀 가지를 쳐야 되지 않을까요. (웃음) 이렇게 고백을 하면 연집에서는 연집 일만 해라 교수노조에서는 교수노조 일만 해라 말씀하시는데요. (웃음) 저는 욕심이 많기도 하고 많은 것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것이 저의 맹점인데요, 맹점을 장점으로 바꾸려면 산발적으로 되고 난잡하게 된다고 합니다. 좀 산만한데요. 되돌아보면 근 20년간 그 산만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웃음) 만드는 일을 잘 하고 싶어서 이십 년 동안 만드는 일을 해왔고, 잘 읽고 싶어서 20년 동안 읽은 일을 해왔습니다. 잘 놀고 싶어서 노는 것도 열심히 놀아 이것도 20년 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웃음) 이런 활동으로 제가 지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고 제가 궁금해 하고 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저에게는 학술적 실천의 중요한 과제이지 않을까하는데요, 제가 좀더 잘 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궁금해 하면서 질문해주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신이 나고요 이런 분들이 있는 회의에 들어가면 제 궁금함을 어떻게 표출할 때 이 분들이 말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욕심이 생기는데요, 이렇듯 저는 계속해서 궁금해 하고 또 어느 곳에 가든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웃음)

진행자 선생님과 함께 연집에서 활동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웃음)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선생님의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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