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산행일지 (감악산)

활동소식

감악산 산행일지 20240426

 

감악산: 악천후를 뚫고 바람의 아들 임꺽정을 만나다

 

강원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손미아

 

연구자의 집 산행은 매번 변화무쌍하다. 이번 감악산 산행에서 재미있었던 것들은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나타난 출렁다리, 그 뒤를 이어지는 따스하고 아늑한 숲길, 그러나 갑자기 맑은 하늘에 나리는 눈보라, 위로 올라갈수록 험해지는 눈 쌓인 칼바위 능선, 먹구름 낀 차가운 날씨와 매서운 바람, 거기서 만난 임꺽정 등이었고, 그 중에서 가장 우리의 마음을 붙잡았던 것은 바람의 아들 임꺽정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최종 산행한 코스는 감악산 제1주차장->감악산 둘레길->감악능선계곡길->보리암 돌탑->악귀봉->장군봉->임꺽정봉->정상->운계능선길(손마중길), 범륜사길(묵은밭)이었다. 이번 산행에는 최갑수, 박상환, 박정원, 김명연, 김명하, 손미아가 참여했다. 우리는 덕정역 1번 출구에서 만나서 김명연 선생님 차로 감악산 제1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감악산은 임꺽정이 이 산 저 산 뛰어다니던 산중의 하나라고 하니,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날씨는 예상보다 쌀쌀했으나, 그래도 낮에는 따뜻해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출렁다리가 생각보다 정말로 많이 흔들거렸는데, 무서움보다는 현기증과 어지러움이 생길 정도였다. 출렁다리를 지나니 범륜사로 가는 자동차 도로와 좁은 산길로 이어지는 둘레길로 나눠지는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우리는 “연집 산행팀이 산에 들어와서 자동차 도로로는 갈 수 없지” 하면서 좁은 산길로 들어섰다.

이 산길은 나중에 알고 보니, 감악산 둘레길이었는데, 감악산 정상 바로 아래 약 600m 정도의 높이에서 능선으로 이어져 정상으로 가는 길의 초입이었다. 이 길은 경사가 높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 천천히 걸어가면 갈 수 있을 정도의 숲길 비슷한 길이었다. 산 주변의 응달에는 눈이 아직 하얗게 쌓여있는데, 양지바른 쪽으로 산을 나지막한 경사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길이 나 있어, 숲길에서는 비교적 아늑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최갑수 선생님이 이 길은 아마 1000년 전에도 있던 길이었을 것 같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던 길인 것 같다고 하셨다. 역사학자는 어떤 것을 보아도 오랫동안 걸어온 인간의 역사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집 산행에서는 우연히 만난 어떤 것들에 대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역사 강의가 이루어지니, 체력 증진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 산행이 더욱 소중하고 좋은 것 같았다.

숲길이 끝나고 계곡 길을 올라가다 보니, 돌탑이 나왔다. 마치 마이산의 돌탑처럼 쌓여있는 것 같았는데, 돌탑의 표면이 아주 매끄럽게 되어 있는 게 흥미로왔다. 산 중간중간에 기도하기 위한 작은 거처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이 돌탑 주변에도 작은 거처에 “점 봅니다”하는 팻말이 있었다. 이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원이 무엇인가? 우리는 잠시 쉬면서 원기를 회복하고 능선까지 쉬지 않고 걸어갔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고, 눈이 쌓여있었다. 정상을 향할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불기 시작했고, 숲길과는 판이한 형국으로 나타났다. 능선부터는 악산답게 바위산의 면모도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릴까, 걱정되어, 모자, 안경 등을 다 붙잡으면서 걸어야 했다. 악귀봉에 다다랐는데, 악귀가 나타날 정도로 날카로운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에 광풍마저 불어오니, 다가가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봉우리 끝까지 다가가지 못하였다. 평범한 바위 봉우리인데, 무언가 드센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악귀봉을 지나서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갔다. 능선의 차이가 악산이냐? 아니냐?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악산의 능선은 험준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위로만 구성된 칼같은 능선에 눈이 쌓여있고, 거기에 사람 하나 거뜬히 날려버릴 바람이 부는 이러한 능선을 보니 이제야 감악산이 악산이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아이젠은 필요했다. 산행 전에 ‘3월에 아이젠이 정말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막상 산에 올라보니 아이젠을 가져오라고 한 박철현 총무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이젠을 차고 걸으니 한결 발을 딛는 데에 안정감이 생겨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임꺽정 봉우리 가기 전에 장군봉에 들렀던 것 같은데, 장군봉에는 아주 잠깐 들렀기 때문에 별 기억이 없다. 임꺽정에 비하면 어느 장군인지 몰라도 그 장군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아이젠을 차고 한참 가다 보니 임꺽정 봉우리가 나온다. 임꺽정 봉우리에 가보니, 봉우리 주변에 약간 넓은 면적의 시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임꺽정 봉우리는 676m였다. 임꺽정 봉우리에서는 경관이 탁 트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감악산 먼발치에 북한산, 도봉산, 그리고 임꺽정이 주로 놀았다는 불곡산 등이, 북쪽으로는 임진강과 그 주변의 마을이 보였다. 임꺽정이 금방이라도 이 산 저 산을 건너뛰면서 호령하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최갑수 선생님이 임꺽정은 날씬하고 호리호리해서 경복궁의 담도 훌쩍 뛰어넘었다고 하셨다. 보통 사람들은 경복궁의 담을 절대 넘지 못했는데 임꺽정만 그 담을 넘었다는 것이다. 경복궁의 돌담길이 지금은 자주색 칠해진 그 시멘트로 된 돌담길인가? 홍길동도 그 담을 넘어본다면 넘을 수 있는지?

지금도 올라 보니, 산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이곳, 이 산골은 임꺽정이 살던 시대에는 거의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을 것인데, 이 첩첩 산골에서 태어난 임꺽정과 그 무리들이 이 부근을 무대로 해서 탐관오리들을 혼내주고, 민중들의 삶을 지켜주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임꺽정의 정의감과 인류애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임꺽정 봉우리에서 산행 대오를 다시 정비했고, 임꺽정 봉우리에서 정상까지 약 400m라고 표지판에 있었지만 한참 가서야 정상을 만났다. 정상에 다다르자, 정상의 높이가 675m가 아닌가? 아니 아까 임꺽정 봉우리는 분명 676m였는데? 하고 의아해하고 있는 사이, 정상에 먼저 도착한 등산객들이 아마 이곳이 넓어서 정상으로 택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하셨다. 역시 감악산은 임꺽정 산이었구나! 누가 뭐래도 가장 높은 곳이 최고봉 아닌가? 감악산에서는 임꺽정의 정기도 느껴졌다.

정상에도 날씨는 만만치 않았다. 먹구름은 더 몰려오는 듯했고, 바람은 여전히 불었다. 맨살이 드러나는 얼굴, 팔, 손 등의 부위가 영락없이 시렸다. 정상 표석 저편에 희미한 낡은 비석이 하나 있었는데, 언뜻 드는 생각이 저게 뭔데 저렇게 높은데 세워져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역시나 최갑수 선생님이 이 지역 사람들은 그 비석을 진흥왕순수비로 알고 있는데, 아직 학문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다고 하셨다. 비석 설명문에는 비석이 어느 날 갑자기 이 정상에 뚝 떨어졌다고 쓰여 있었다. 신비로운 감악산이다!

진흥왕순수비(추정)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오후 2시가 다 되었기 때문에 우선 요기를 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서 우리는 진흥왕순수비(추정) 옆에 눈더미 위에 김밥과 컵라면을 꺼내 놓았다. 김밥 석 줄로도 4명이 충분히 나눠 먹을 만했다. 김밥이 따뜻하니 정말 맛있었다. 컵라면도 한 개를 두 사람이 나눠 먹어도 충분했다. 산에서는 그야말로 요기만 하는 게 안전한 산행을 위해 좋은 것 같다.

점심 식사가 대강 끝나자마자 우리는 진흥왕순수비(추정)에서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그 매서운 추위에 감악산 정상에는 남녀 두 사람만 남았었는데, 이 분들이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셔서 진흥왕순수비(추정)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하산길도 만만치 않았다. 올라올 때 숲길-골짜기로 올라왔으니, 내려갈 때는 능선을 타고 가는데, 칼바위, 칼바람, 매서운 추위, 눈 덮인 산 등을 계속해서 만나니 쉽지 않았다. 우리는 운계능선길과 범륜사길로 내려왔다.

뒤풀이 때에는 덕정역 앞 “여수 앞바다”라는 남도 맛집에서 박상환 선생님이 광어회, 갑오징어 숙회, 생대구탕, 꼴뚜기 젓갈 등을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뒤풀이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는데 김명하 선생님이 연구자의 집, 민교협, 교수노조 등 단체들의 조직강화 방안에 대해 제안하여 다들 진지하게 토론하였다. 연구자의 집 산행에 교수노조와 민교협 회원들을 초대하여 같이 친밀도를 높이면서 같이 활동을 도모하는 방안, 교수노조와 민교협에서도 산행 모임을 조직하여 세 단체가 합동 산행도 해보자는 방안 등 재미있는 방안들이 나왔다. 왠지 딱딱한 사무실에서 조직강화를 논의하는 것보다 산행 후에 여유를 가지면서 이야기하는 조직강화 논의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뒤풀이마다 참신한 조직강화 방안이 나올 것 같다. 다 잘 되면 좋겠다^^

저녁 8시경에 뒤풀이를 마치고, 오늘의 기사가 되어주신 김명연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남은 사람들은 덕정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 칸에 다들 앉아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하면서 헤어질 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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