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커먼즈합정 관련 집담회

활동소식

R커먼즈합정 관련 집담회

 

일시: 2023년 1월 6일 금요일 17:00 – 18:30

장소: R커먼즈합정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8 씨티빌딩 2층)

참여: 김성은 (R커먼즈합정 공간지기, 연구자의집 사무국원)

문지석 (R커먼즈합정 공간지기,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석사과정)

최희진 (R커먼즈합정 공간지기,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

한디디 (R커먼즈합정 공간지기, 안동대 공동체문화연구사업단 연구교수)

사회: 박서현 (연구자의 집 미디어팀,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

 

 

R커먼즈합정 반상회 참여의 이유

 

사회자 지식공유 연구자의 집(연집)은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지식공유 공간 R커먼즈합정(R커)을 마련했습니다. R커를 마련하면서 연집에는 R커에서 이루어질 활동과 R커의 운영을 논의하는 단위로 R커 운영분과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운영분과는 R커 공간지기들의 모임인 반상회로 개편되었는데요, 선생님들께서 반상회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문지석 사실 운영분과 이전에도 여러 단계가 있었습니다. 가장 초기에는 ‘알커 TF팀’이 꾸려진 것 같습니다. 당시에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센터) 박배균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R커라는 공간을 만드는데 특히 젊은 친구가 필요하다고 저보고 할 수 있겠냐라고 문의하셨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센터와 관련된 일인 것 같아 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다보니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나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까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중간에 빠진 사람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꾸준히 살아남아서 반상회까지 참여하게 됐습니다. (웃음)

 

최희진 저는 커먼즈네트워크(커네)에 솔방울커먼즈(솔커)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솔커에서도 연구하는 사람이자 활동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R커라는 지식공유, 커먼즈를 실천하는 공간을 만든다고 하여 한디디 선생님, 김지혜 선생님과 만나 솔커도 R커에 참여하고 R커에서 활동을 같이 해보자고 하여 함께 하게 됐습니다. 사실 솔커는 물리적 공간이나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물리적 공간이 생기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하여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디디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에 왔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일할 곳도 없었습니다. 이때 커네는 기댈 언덕이 됐고 여기서 만난 박배균 선생님을 포함한 센터 선생님들과 계속해서 교류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 와중에 R커 운영분과 참여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백수였고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미도 있을 것 같았고요.

 

김성은 저는 연집의 유일한 직원으로서 어찌보면 당연직으로 반상회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연집 직원이 한 명인데 연집의 일을 하면서 공간운영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운영분과라는 TF팀이 생겼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라면 제가 다 운영과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집 소속으로서 저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은행 빈고의 연집의 관계

 

사회자 말씀 감사합니다. 서교동에 위치한 R커를 마련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연집은 R커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체은행 빈고와 협의하여 빈고의 조합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빈고가 무엇이고 빈고와 연집의 관계는 무엇이며, 나아가 빈고를 통해 연집이 R커를 마련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최희진 처음에 빈고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좀 신선했습니다. 빈고가 공동체들의 은행이잖아요. 사실 저는 연집이 구체적으로 어떤 공동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학술공동체라고 하지만요. 이번 기회에 연집이 빈고와 함께한다는 점에서 R커에서 무언가를 같이 만드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김성은 연집이 학술운동을 하는 어떤 단체라고 생각하지 커먼즈라고는 생각을 잘 안 할 것 같아요. 물론 커먼즈와 관련된 사업들이 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도 있고 또 연집 내부에서도 커먼즈가 아직 낯선 분들도 계실 거에요, 다행스러운 일은 연집에 빈고 조합원들이 꽤 있었다는 점입니다. 박배균 선생님, 이승원 선생님, 한디디 선생님, 박서현 선생님, 최희진 선생님, 그리고 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빈고의 조합원이었습니다. 빈고를 이용하는 것은 커먼즈를 만드는 활동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많은 커먼즈 단체와 공유하는 부분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합니다.

 

문지석 저는 커네를 통해 빈고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제가 운영분과에 합류한 시점이 지금 이 공간을 계약한 이후였습니다. 그전에도 빈고를 이용하겠다는 논의가 있었는지는 아는바가 없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박배균 선생님과 시시한연구소 정기황 소장님 그리고 제가 공간 답사를 위해 알커에서 모인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잠깐 논의했습니다. 당시 저는 커네 행사 등에 가서 커먼즈와 관련한 다양한 단체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커네 행사에서 토론을 하다가 한디디 선생님이 커먼즈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빈고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증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빈고를 왜 이용하지 않느냐고 박배균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던 것이 기억나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필연처럼 알커와 빈고는 연결되는 과정 중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성은 사실 공간의 초기 투자비용을 개인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박배균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이 대출을 받아야겠다고도 말씀하셨고요. 시중은행을 이용하냐 빈고를 이용하냐의 의미 차이도 있겠지만 빈고를 이용하면 함께 하는 우리의 책임이 커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대출한 거야와 누가 대출받은 거야의 차이는 크니까요.

 

한디디 제가 얘기하기 전에 박서현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빈고 조합원이시지요?

 

사회자 네. 저는 2019년 초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제주대 연구센터도 참여한 2019년 5월 커네 행사가 인천 배다리공유지에서 4일, 경의선공유지 1일, 총 5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배다리공유지에서 빈고에서 활동하는 지음님이 빈고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전에는 빈고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발표를 듣고 너무 좋아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대안금융·커먼즈금융의 규모는 당시나 지금이나 크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 금융은 너무 중요한 문제입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의 성격을 금융자본주의라고 하더라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은데요,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적 특징은 자본이 노동을 조직해서 잉여노동시간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를 수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무엇이 있을지 잘 몰랐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안금융·커먼즈금융은 현재 그 규모가 작을지언정 그 정신이나 활동을 계속해서 키워가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빈고를 이용하여 이 공간을 마련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만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었냐도 커먼즈적 성격을 가지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하는데요, 저는 빈고를 이용하여 커먼즈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지는 의미, 대안금융·커먼즈금융 운동에 동참하는 것의 의미가 연집에서 활동하시는 다른 선생님들께도 더 공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디디 연집 선생님들도 좀 더 많이 빈고 조합원이 돼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배균 선생님이 개인 대출을 받으려고 하셨을 때 제가 왜 빈고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빈고는 조금이라도 더 어려운 친구들이 이용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빈고는 어려운 사람을 위한 은행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출자자와 이용자가 모두 동일한 위치에서 커먼즈를 만드는, 커머너가 되는 금융실천이기 때문에 우리가 빈고를 이용하면 된다고 강하게 말씀을 드렸더니 박배균 선생님께서는 그러면 좋지라고 말씀하셨죠. 보통, 사회적으로 연구자는 그래도 좀 더 여유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실은 여유가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지요. 박배균 선생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어려운 젊은 친구들이 이용해야 하는 자원을 우리가 이용해도 되는가라는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빈고와 함께 하게 돼서 저는 정말 다행이라고,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연집 선생님들이 좀더 많이 빈고의 개인 조합원이 돼 주시면 좋겠다는 광고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웃음)

 

사회자 말씀하신 이런 문제의식, 감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렵기 때문에 빈고를 이용하는 것이 맞겠지만 활동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합니다.

 

한디디 사실 빈고의 제일 중요한 의미는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받는 기관이 아니라, 빈고를 이용함으로써 커먼즈를 확장한다는 것이지요.

 

 

R커 공간기획과 공간공사

 

사회자 맞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R커의 향후 운영을 위해 공간 공사를 진행해야 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R커 공간이 향후 어떻게 쓰일 것으로 예상·기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쓰임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와 물품 구매 등을 하시면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희진 반상회로 개편되기 이전의 운영분과에서 회의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열린 공간과 회의실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여기 문 앞의 사무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누가 와서 어떻게 이 공간을 쓸 것인지, 스터디 카페처럼 만들 것인지, 줌 미팅을 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어야 되는 것인지 등 각자가 원하는 상이 다 달랐습니다. 또 문지석 선생님이 3D 도면으로 스케치업 작업을 해오기도 하고 여러 번의 회의, 여러 번의 구상을 통해 배치도가 많이 바뀌었는데요, 이 와중에 인테리어 업체가 결정되고 정기황 소장님과 인테리어 업체가 논의하여 책장이 생기게 됐습니다. 그런데 책장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어떻게 왜 갑자기 생겼는지는 사실 잘 모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제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 보신 분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동의하며 따라가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왜 그렇게 회의를 많이 했는지, 시간을 버리는 회의는 아니었고 공통된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것은 필요치 않다는 얘기를 나눴던 중요한 회의였지만 그렇게까지 지난하게 회의를 했어야 됐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더 크고 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회의를 많이 했어야 됐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지석 알커 같은 경우는 공간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구성된 공간을 저희가 바꿔 쓰는 것이었는데요, 이미 결정된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공간 구분이 이미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내부구조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축의 입장에서는 건축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저는 주인이 당시 운영분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다 보니 의사결정을 하는 데 걸리는 지난한 시간은 어쩔 수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모두 무너지지 않고 이를 잘 해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물론 결과적으로는 즉흥적 감각에 따라 이것도 만들고 저것도 만들고 한 것이 다소 허무한 점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도 여러 재능이 모여야 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저는 그 당시에 정기황 소장님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잘 언급되지 않는 것 같아 소장님의 기여도 같이 언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빈고의 역할도 컸고요. 저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커네에서 서로 도와주는 것이 재밌습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마침 센터의 심한별 선생님이나 저도 건축 전공을 살려 어떤 잔재주가 있어서 정기황 소장님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이 장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디디 잔재주가 아니죠.

 

김성은 저는 공간을 보러 다니고 계약을 하는 과정을 쭉 봐왔습니다. 처음 공간을 봤을 때 천장이 좀 낮아서 사무실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고, 천장 마감재가 석면타일일 것 같다는 얘기도 있어서 석면조사와 천장 공사를 하기위해 한두 달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임대료가 너무 아까워 왜 이렇게 진행이 안 되고 있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돈도 없는데 굳이 천장석면공사까지 해야 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과정을 보니 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니 상관없어가 아니라 이 공간을 쓰는 사람들이 유해하지 않은 환경을 선택하자고 회의를 하면서 시작이 되게 좋다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회의를 했는데 최희진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공간의 세팅부터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공간은 이렇게 써 같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누군가와 같이 회의를 하고 누구와 결합하느냐에 따라서 쓰임과 분위기 등이 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힘든 부분은 물론 있겠지요. 혼자 관리하면 이것은 여기다 두면 되고 저것은 저기다 두면 되는 등 혼자서 결정할 수 있지만 하루마다 공간지기가 달라지니 내가 건드려도 되나 혹은 한번 했던 일이 반복되는 건 아닌가 등 조금의 피곤함은 있겠지만 그래도 공간지기에 따라서 그날의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이 앞으로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간이 안정화되는 데에도 앞으로도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예컨대 이제 여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돈이 없어서 다음 달로 넘어가는 식이니까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분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그래서 정말 한땀 한땀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이 공간을 만드는 데 좀더 많이 참여했던 분들이 공간에 대해 애정이 생기는 부분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희진 맞아요. 처음에 의자가 부족해서 이 자리에는 없지만 김지혜 선생님이 이케아 의자를 여러 개 비교하여 그중 하나를 당근에서 찾아 의자를 가지러 박배균 선생님 차로 저와 같이 다녀오고 또 책상 등도 싸게 당근에서 구하고, 한디디 선생님은 무료 나눔 책장을 최대한 저렴한 용달차를 동원해 들여오고 이렇게 하나둘씩 들여오는 과정이 좀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또 허술한 책상을 가져왔는데 김성은 선생님이 여기 까졌네 하며 페인트로 다 칠하고 저기가 지저분하면 시트지를 붙여 이음새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땀 한땀 채워나갔던 게 좀 재밌었습니다.

 

김성은 저는 사람들이 당근 중독이 되어 갈 때 공간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한디디 지난 월요일 회의할 때에도 누가 어떻게 쓸 것이냐를 가지고 한참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사실 어떻게 쓸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당장 월세는 어떻게 충당해야 하나라는 걱정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공간대여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과 그래도 대여보다는 일단 우리가 원래 생각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의견들을 맞춰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월세도 많이 내고 돈도 없어 고민인데 모두 공유한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 효율은 없고요, 그런데 사실 이전의 빈집, 빈가게의 복사판이거든요. 커먼즈는 진짜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확실한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돈도 많이 들고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면서 역시 이렇게 해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집 운영위와 반상회의 관계

 

사회자 말씀을 들으면서 반상회와 연집 운영위 사이의 관계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연집 미디어팀과 운영위 사이의 관계를 먼저 간단히 말씀드리면, 미디어팀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데요, 매호의 구성에 대해서는 미디어팀 안에서 논의가 이루어집니다. 대신 운영위에 이번 뉴스레터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겠다고 공유합니다. 그리고 운영위에서 좋은 제안을 받으면 이를 뉴스레터에 반영합니다. 반상회와 연집 운영위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한디디 그동안 R커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마음, 시간을 낸 분들의 몇몇은 연집 회원이 아닌데요. 반상회와 운영위는 R커와 관련하여 관계는 있지만 서로 독립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반상회로 개편되기 이전 운영분과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운영위에 속해 있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고 운영위와 네트워킹을 하되 운영분과는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R커에서 하는 활동을 당연히 공유하고 이것은 아니다라는 제안이 있으면 이를 숙고하겠지만 이것이 운영위와 반상회가 상하관계나 포함관계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반상회의 현재의 분위기라고도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해왔던 것 같고요. 사실 지난번 개소식 할 때에도 당시 운영분과에서는 한번도 논의가 되지 않은 채로 갑자기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듣게 된 적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급히 조정하는 과정도 생기고, 아무튼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애매하게 진행돼온 부분이 있는데 이제 관계의 정립을 얘기하게 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같은 길을 의논해가며 함께 가는,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각자 다른 것들을 하는 동료 같은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김성은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는데요 가장 큰 이유를 저는 연집에서 이 공간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지금처럼 자발적 참여를 통해 공간을 돌아가면서 관리하게 된 것이 몹시 감사한 일이기도 하고 또 이렇게 해야 일반적인 공간 대여업이 아닌 커먼즈스런 공간이 될 수 있겠다고도 생각하는데요, 연집 입장에서는 무료봉사 같은 느낌으로 이를 지속하기에는 미안하기도 할 뿐더러 부담도 되기 때문에 R커의 관리·운영은 당시 운영분과에서 맡겠다는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질적 보수는 아니더라도 R커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얻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또 만들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합니다. 공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반상회에서 가지는 것이 저는 더 맞지 않나라고 생각하고요. 독립적인 어떤 부서처럼 반상회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식이 되어 하위가 아닌 동등한 관계로 조율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디디 이제 딱 개소식이 끝났고 운영한 지 한 분기도 지나지 않아서 재정적 부분은 연집에 의지하고 있는데요 사실 어떤 식으로 관계가 만들어질지는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최희진 저도 사실 아직 연집 회원이 아닌 상태에서 알음알음 아는 분들과 같이 활동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면서 대학원생으로서 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편이기도 하고 자유시간을 제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으니까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여기에 온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를 여기서 만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여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그렇다고 대학원생의 무료봉사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디디 선생님의 경우는 안동에서 매주 오는데 마땅히 와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자발적으로 오는 것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부담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또 문지석 선생님의 경우는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에 다니는 대학원생이니까 좀 더 관여할 수도 있고 시간이 있으니 오지만 그럼에도 책무와 같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연집 운영위에 박배균 선생님을 비롯한 이승원 선생님, 정정훈 선생님 등을 통해 연집의 운영방안이나 소식을 전해 듣고 있지만, R커가 연집의 부분집합으로 가는 체제에서 커머닝 관계 방식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한디디 정확한 워딩은 기억 나지 않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데요, 제가 연집 구성원도 운영위원도 아니었던 김지혜 선생님과 최희진 선생님께 같이 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지식 커먼즈의 공간을 만드는 알커를 같이 하자고요, 우리가 함께 만드는 입장에서 제안한 것이지, 어디에 결재를 맡아야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제안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들거나 상황이 생길 때 당황하게 되는 것이고요.

 

김성은 이전에 운영분과가 독립적 단위라고 했을 때 사실 좀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할 일은 더 많아지고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더 해야 하고 하루 나오는 공간지기 역할 이외에도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홍보할 것인지 등 전체적인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어떤 힘의 차이에 의한 위계나 상하관계라기보다는 이러한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아직 분명하게 얘기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지만 하루 공간지기를 맡는 것 이외의 여력은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요. 모두 같지는 않으니까요. 이와 관련하여 정말 반상회에서 다 하고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보고하거나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식의 구조가 가능할까라는 고민이 있습니다.

 

 

R커의 향후 운영 방안

 

사회자 앞의 질문과 연관이 있는데요 R커가 향후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는 R커가 일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공간지기 같은 형태의 제도를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아울러 연집 회원이나 일반 시민이 R커를 어떻게 하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문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한디디 최근 자발적으로 와서 시간을 내어 활동하는 데 너무 많은 짐이 주어지거나 의무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논의를 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고민하다 일단 요일별로 팀이 맡아 공간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월요일은 센터팀이 화요일은 성신여대 인문도시팀이 수요일과 목요일은 사무국이 금요일은 솔커와 빈고가 11시부터 6시 정도까지 공간을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관리하는 것이어서 조금 더 유동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요일은 박배균 선생님이 나오시기로 했고요. 이와 같이 당분간 실험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다음 회의에서 워크숍을 기획하려고 하는데요 연집에서 어떤 행사를 규칙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를 논의할 생각입니다. 페차쿠차라고 수다회 같은 느낌으로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본적으로는 공부를 할 수 있고 복사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 되고 세미나를 할 수 있고 이외에도 학교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 논문에 접근하기 힘든데 논문에 접근할 수 있는 지식공유데이(day) 같은 것을 만들거나 북토크 같은 이벤트를 하는 것이 R커 공간활용과 관련하여 지금 나오고 있는 얘기들입니다. 이와 별도로 연집 학술부에서는 중국 세미나 같은 세미나를 조직해 주실 것이고요,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니 함께 얘기하며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이 공간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얘기하는 논의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최희진 이어서 얘기하면 중국 세미나를 지금 하고 있는데요 세미나에 20여 명 정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학술 세미나를 통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R커에 오시는데요, 이런 분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여느 세미나실처럼 공부하고 강연 듣고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앞으로 내가 여기 와서 좀 더 머물러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이렇게 세미나를 통해서 얻어가는 것과 함께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하거나 의견 등이 취합된다면 저희가 향후 공간을 운영하는 데 좋은 참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성은 저는 누구라도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 지식공유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공간에 들어가는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서 어떻게 하면 균형을 잘 맞춰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재정 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공간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공간의 성격 자체가 바뀌어버리는 지점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 공간이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실험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이 서비스를 받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커먼즈나 공유에 대해 정말 낯설게 느끼고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텐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긴장과 함께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문지석 월요일마다 센터에서 선생님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심한별 선생님을 포함한 센터의 몇몇 분들과 페차쿠차를 해보자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니 이 공간에서 어떻게 요리를 잘 해볼까라는 약간 간질간질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될까와 관련하여 암중모색이 이뤄지는 상황이 좀 답답해서 센터 웹진 <월간 공유도시> 이번호에 이 공간을 체험하지 않았던 연구인턴 선생님들께 부탁하여 알커 사용법을 만들어 실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여기 와서 이 공간을 둘러보고 타자의 시선에서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작성할 예정입니다.

 

한디디 사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간질간질하게 설레이는 느낌이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요. 박배균 선생님께서 3년간 좀 무겁더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R커 활동을 즐기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지석 그래도 저는 박배균 선생님이, 저희가 선생님이 기대했던 것을 깨더라도 “이게 뭐야”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재밌네~!”하시는 반응을 해주셔서 여러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고 있는거 같아요. 저는 그런 태도가 좋거든요.

 

김성은 사실 저는 공간을 이용한 다음 본인이 사용한 것을 치우고 가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유공간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감각은 너무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안 치우고 갔어도 너무 스트레스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연집 선생님들과도 공간을 함께 관리하는 것에 대해 계속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희진 치움의 정도가 다른 것 같기도 해요.

 

김성은 네 열심히 했는데 질질질 이런 거. (웃음)

 

최희진 누구의 눈에는 얼룩이 안 보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얼룩이 보이거든요. (웃음)

 

사회자 반상회가 공간을 운영하는 데 있어 책무도 가지지만 동시에 이곳에서의 활동에서 어떤 기쁨이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짐이나 부담, 의무로 다가오는 게 더 클 수도 있을텐데요 좀 추상적이지만 기쁨의 조직화라고 할까요. 반상회에서 이를 어떻게 만들어가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성은 공간지기가 정해지고 충분치 않은 인력 상황에서도 인원을 채운 것인데요 저는 오늘처럼 모여서 논의할 때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는 데 문제는 만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공간지기가 일로서 다가오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일에 대한 관심이 다르더라도 사람들이 만나 얘기하면서 조정도 되고 또 공통분모를 만들어갈 수도 있을텐데 다른 날 오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일로서 느끼는 사람에게는 아주 형식적인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시너지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한디디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요 공간을 채우는 것 자체가 힘을 써야 되는 일이고 분위기가 좋아서 잘 되면 자기가 공간지기가 아닌 날도 와서 공부하는 식으로 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인데 사실 이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이제 반상회로 체제가 바뀌게 되는데요 향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이런저런 고민이 생겼을 때 박서현 선생님이 집담회를 하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박서현 선생님은 이와 같은 식의 집담회보다는 심층인터뷰를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요 (웃음) 그런데 와인 마시면서 편하게 얘기할 때 스스럼없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얘기하는 순간이 생기잖아요. 이런 순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집담회가 제게는 모이는 기회였는데요, 향후 워크숍 기획도 하고 이벤트를 만들어가며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성은 책무도 있지만 즐거움도 있어야 된다는 것에 공감이 되는데요, 이 활동이 그저 일로서 느껴지면 사실 누구나 일을 줄이고 싶어 하지 무언가를 더 상상하고 생각해서 해보자는 동력이 생기지는 않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서로서로도 그렇고 조정이 잘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최희진 저는 이런 부분이 좀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친구들과 만나자고 했을 때 이런 공간을 이번에 만들었는데 한번 놀러 올래라고 제안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주위 친구들에게 이 공간을 소개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여기서 같이 무언가를 해볼래라고 제안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김성은 사실 이 공간이 연집이 그간 하지 못했던 젊은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연집이 노력해도 잘 안 되었고 잘 못하는 부분이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공간이 좀더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공간을 만들게 된 이유이지 않을까합니다.

 

최희진 이러한 매개가 좀 되는 측면이 있어요.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카페에는 시간·금액·소음·주위 등에 신경이 쓰이잖아요. 그런데 여기 오면 다른 동료들과 인사도 하면서 우리의 얘기를 할 수 있지요. 스터디 카페나 학교 연구실에서 만나는 것과도 다르고요. 연구실에서의 잡담보다 여기서의 잡담이 좀 더 편안하기도 하고요.

 

김성은 이번에 중국 세미나를 시작으로 해서 연집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여기서 어떤 강연을 내가 맡아서 해보겠다는 의욕이 어마어마하세요. 다들 선생님이시고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로 강연을 기획할 수 있는 분이시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러한 강연들로 연집 선생님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문지석 저는 좀 디테일한 것 같긴 한데요 엊그제 R커에서 북토크를 했는데 재밌었던 것은 건물 지하인가요 밴드 연습실이 있어요.

 

김성은 1층에서 노래를 튼 것이었어요.

 

문지석 북토크를 하는데 노래 소리가 상당히 컸어요. 그런데 저는 의외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학교였다면 정숙한 분위기에서 질서정연하게 지식공유가 이루어졌을텐데 밖에 나오니까 층간소음이 존재하는 것이 다른 감각을 느끼게 해줘 의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짜증나신 분도 있었겠지만요. 이런 부분도 여기 합정에서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 주는 색다른 재미이지 않은가합니다.

 

 

커먼즈로서의 R

 

사회자 말씀 감사합니다. R커는 그 이름에 ‘커먼즈’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반상회에서 커먼즈 세미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R커가 어떤 의미에서 커먼즈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각자 R커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디디 사실 R커는 애매한 커먼즈인데요 지식공유공간을 표시한 지도를 보면 이러한 공간들이 정말 많은데요 이 공간들은 제도 밖 공간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공간을 채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요. R커는 이와 좀 다른데요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먼저 있었다기보다 지식커먼즈라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공간을 먼저 만들었으니까요. 만들고 나서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고요. 연구자들의 커먼즈란 무엇인가, 지식 커먼즈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서 어떠한 공유공간들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예를 들어 이러한 공간들을 어떤 식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지식의 커머닝은 어떻게 가능할까와 같은 질문을 좀더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첫 번째 학술공간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어려운 점들도 있습니다.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고실험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 공간을 물질적으로 어떻게 채우게 될지는 사실 시간이 필요한, 두고 봐야하는 일인데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최희진 연구자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잖아요. 김성은 선생님도 선생님 본인은 연구자가 아니라고, 연집 사무국 직원으로서 이 일에 참여한다고 말씀하셨고요. 그렇다면 저는 연구자인가라고 스스로 물어봤을 때 학술연구를 하고 논문을 쓴다면 연구자이긴 한데요, 저는 일단 학교에 다니면서 과정을 밟고 있는데 이 과정을 원해서 밟는다기보다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 중에 R커라는 공간을 만난 것이고요. 이 공간이 제가 어떤 것을 하고 누구와 만나 어떤 얘기를 할지 도와주는 공간인 것 같기도 한데요, 학교에서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제가 고민하는 지점이 틀리다 맞다를 말해 주기도 하잖아요. 가르침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저 스스로 찾아보고 싶은데 이는, 연구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 자신이 논문을 기깔나게 잘 쓰는 식으로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김성은 연구자가 그저 논문을 기깔나게 잘 쓰는 사람인 것은 아니잖아요. (웃음)

 

최희진 그래도 기본적으로 학교에서는 이를 요구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고 그렇다고 정책보고서를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요 R커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저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공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김성은 저는 연집이 커먼즈를 지향하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하려는 사업도 학술운동 단체로서 커먼즈를 연구하고 지지하고 지향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지식공유데이(day)도 학교 등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은 논문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들과 지식을 나누자는 취지의 활동이고요. 마포-신촌 지역의 11개 지식공유공간을 네트워킹을 하는 기획도 있고요. 아이디어는 좋은데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지만 (웃음) 어떤 완결된 형태의 커먼즈를 만드는 단체는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 공유활동을 실천하는 단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지석 비슷한 생각을 저도 했는데요 그 계기 중 하나가 빈고의 지음님이 여기서 금융 커먼즈 발표를 했을 때 개인으로서의 커먼즈라는 개념을 말씀을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공동체로서의 커먼즈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커먼즈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선생님들이 하시는 운동이나 쓰신 글을 보고 참여하게 된 사람으로서 사실 공동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제가 개인으로서 커먼즈를 감각하는 것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 그래서 참여하는 것인데, 이런 마음이 다른 분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소망의 연장선상에서 R커가 좀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디디 말씀하신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공간들은 공동체를 만들지만 R커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기 보다 연결과 확장, 네트워킹을 하려는 지향이 더 큰 것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바라는 바가 다른 공간들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커먼즈가 어떻게 공동체와 다른가라고 말할 때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최희진 문지석 선생님이 글을 보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잖아요. 이러한 점에서 문지석 선생님과 한디디 선생님의 경험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어떤 치열한 투사의 과정 속에서 희열과 고통을 경험한 한디디 선생님이 R커에 가지는 기대감과 문지석 선생님이 이제 막 커먼즈를 경험하면서 감각하는 즐거움에 차이가 있고, 연집의 선생님들과 우리도 다르고요. 어떻게 보면 모두 다 이질적이잖아요. 이질적인 사람들의 경험이 마주치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김성은 R커도 마찬가지이고 연집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저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와 관련하여 첫 번째로 느꼈던 것이 사실 돌봄이었습니다. 파편화되고 개별화되었으며 개인적인 연구자들을 묶어내고 싶어 하시는구나라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이것이 연집이 하는 네트워킹의 계기이자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희진 사실 제가 연집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연집에서는 연구자를 위한 주거, 집을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갈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이었다면 지금은 이런 공간을 함께 만드는 것으로 변화된 과정도 연집의 역동성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회자 마지막 질문인데요. R커가 향후 어떻게 운영될지는 정해진 바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런 것은 꼭 피해야 된다는 우려사항이 있을까요?

 

김성은 저는 직장인의 입장으로서 급여를 받으니 이틀을 하든 사흘을 하든 일주일을 하든 하는 것인데요, 각자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활동이, 함께 만들어가는 커먼즈 그리고 아슬아슬한 착취 사이를 왔다갔다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말씀드렸듯이 계속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동력이 유지될 수 있으려면 물질적 보상은 아닐지언정 어떤 것을 계속 만들어가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참여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면 동력이 떨어지게 되고 공간지기 한 명이 이러면 다른 공간지기들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을텐데 이런 부분이 좀 걱정됩니다.

 

한디디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엄청난 것을 여기서 가져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착취당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면 그만두겠지요. 즐거워서만 하는 것은 아니고 괴롭고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쁨이 더 크니까 하는 것이고요. 너무 싫으면 돈 받고 다니던 직장도 때려 치잖아요. 이게 무엇이라고 그렇게 억지로 하겠어요.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김성은 아니 사람들이 때려 칠까 봐서요, 때려 칠까 봐 걱정이에요. (웃음)

 

한디디 저는 오히려 본전 생각나서 때려 치고 싶은데도 못 때려 치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만둬야 될 땐 그만둬야 되는 것이니까요. 기복이 있고 힘들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좀 더 즐거우니까 하는 것이 아닐까 하거든요.

 

김성은 다 같은 마음일 수는 없으니 누구에게 혹시라도 그렇게 느껴지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들어서요.

 

한디디 저도 사실 서울에 올라올 때 피곤할 때가 있는데요. 또 느닷없이 운영분과장이 되었는데, 같이 하는 것은 좋지만 제가 책임지는 입장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음 무슨 얘기가 하고 싶냐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 이거 힘들어라고 얘기할 수 있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 시작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 저는 이제야 막 최희진 선생님과 친해지는 기분이 드는 시점이고 문지석 선생님과도 조금씩 더 편해지기 시작한 단계거든요, R커도 시작하는 단계이고 인간관계도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한참 더 지지고 볶고 해야 그때부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아직은 한참동안 괜찮지 않을까합니다.

 

최희진 그래도 어떤 아슬아슬 지점은 있는 것 같아요. 재정과 관련해서도 윤리적으로 건강한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회자 공통적인 어떤 것이 있기 때문에 같이 활동을 하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활동을 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것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지요. 그런데 혼자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하게는 활동 속에서 함께 변화를 겪게 될 텐데 기존의 우리와 변화된 우리의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의 공통성이 있지요. 그런데 사실 각자는 모두 다르게 느끼고 다른 식으로 영향을 받으니까 이 공통성은 다시금 차이들로 이루어져있고요. 저는 커먼즈를 이해하는 방식의 하나로 이 차이의 공통성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체 현실에서 이를 실제로 만들어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컨대 연집 선생님들이 R커를 실제로 함께 만들어가면서 각자가 가지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연집 선생님들이 대학이 아닌 여기서 강의를 한다면 강사로서 수업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 것이고, 돈은 어떻게 들어올 것이며,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의 규칙 자체를 함께 만들어갈 필요가 있는데요, 이와 같이 R커는 실험의 공간이고 그 성패는 우리가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켜가며 나아가 이러한 변화를 함께 이루어나갈 것인가에 달려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집담회를 진행하면서 들었습니다. 긴 시간 집담회에 참여하여 R커에 대한 여러 고민,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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